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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무총인

24반무예, 임동규총재

 

남민전 사건 10년 복역 ‘무예도보통지’ 독학
89년 도장 세워 “무형문화재로 지정해주길”

칼 잡은 손이 떨린다. 호흡을 가다듬고, 천천히 그러나 진하게 바람을 가른다. 허공을 가득 메운 개나리와 벛꽃 향기마저 칼날의 궤적을 따라 나뉘어지는 듯 하다. 가쁜 숨을 내쉰다.

“이젠 옛날 같지 않아.”

지난 6일 국립민속박물관 앞마당, 초등학생부터 직장인, 여성 등으로 이뤄진 한 무리의 전통무예 시연단 속에 선 ‘백발 무인’의 눈빛이 매섭다. 한국 전통무예 가운데 하나인 ‘24반 무예’를 전수하고 있는 임동규(사진)씨다.

유신정권 말기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10년간 옥살이를 하며 독학으로 <무예도보통지>를 익힌 독특한 이력 덕분에 ‘빗자루 도사’란 별칭으로 더 유명한 그다. 20년 가까이 광주 용진산자락에서 ‘경당’을 열어 무술을 전수하고 잇는 그가 제자들을 거느리고 서울까지 직접 나들이를 한 것은 무척 이례적이다.

“지난 2월에 3년 넘는 진통과 논란 끝에 전통무예진흥법이 통과됐어요. 지금까지 전통무예라면 태권도나 택견 정도만이 알려져 있었고, 상대적으로 다양한 우리 고유 무술들에 대한 지원은 근거법이 없다는 이유로 소홀했었거든요. 뒤늦게나마 인식이 바뀌어 널리 보급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지난 1998년과 2007년 두 차례 문화재 당국자들로부터 ‘24반 무예’를 무형문화재로 지정할 수 있도록 신청을 하라는 권유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자료 부족이니 연구 부족이니 하는 이유로 실무자급에서 번번이 보류가 돼버렸다고 그는 안타까워했다.


‘24반 무예’는 200년 전 정조가 당시 무술을 종합해 군인들을 훈련시키기 위해 만든 교습서인 <무예도보통지>를 보며 그가 하나하나 재현해 것이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통혁당 재건기도 사건’과 ‘남민전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그는 79년부터 가석방된 88년까지 빗자루와 걸레 자루를 도구삼아 유신정권으로부터 당한 고문으로 만신창이가 된 몸을 되살리고 꼿꼿한 정신을 지켰다. 열두 살 때 쌀 한가마니를 번쩍 들었던 ‘소년 장사’ 씨름선수이자, 유도 명문 광주일고 1학년 때 상급생들을 모두 매다꼰으며 유도부를 접수했던 만능운동선수였던 그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출옥 뒤 1면 만에 고구려시대의 평민 자제 교육기관 이름을 따 문을 연 ‘경당’은 한때 대학가 등에 400여 개의 동아리가 생길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그런 만큼 뒤늦게나마 전통무예에 대한 정책 당국자들의 인식과 대중들의 관심이 더 커지길 바라는 그의 목소리는 간절하기 그지 없다.

“내가 조선시대 태어났다해도 지금처럼 전통무술을 집대성하는 일을 했을 것이여. 몸이 건강해야 정신이 건강한 법이니께”.

글·사진 이길우 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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